Limuzz의 정신없는 공간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서식하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10월 27일 아이폰 예약에 도전을 하였으나 14~21일로 실패를 하고 어찌할까 고민하던 참에

11월 3일이 마침 일본 공휴일 이었는지라 일본에 왔으니 한번쯤은 체험을 해 보고 싶어서 줄서기를 도전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때의 저 자신을 패버리고 싶네요...


11월 2일 밤 23시 30분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긴자입니다만, 오후까지의 정보로는 긴자에 줄서기를 금지시킨다느니, 

첫차부터 줄서기가 가능하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고 3일 첫차로 갈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23시쯤 정보를 확인하니 그런거 없고 걍 다 줄서고 있어요. 너님 망했어요. 라는 정보를 보고 

긴자는 글렀다! 하고 그럼 더 큰 애플 스토어가 있는 오모테산도로 가자! 하고 오모테산도 애플 스토어로 출발합니다.


11월 3일 00:00

도착하고 보니 이미 줄은 코너 넘어까지 이어진거 같습니다. 망했습니다. 하지만 막차는 이미 떠나버렸고,

기왕 오게된거 한번 서 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가지고 후미를 찾아갑니다.

 

3일 00:10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줄은 코너를 돌아도 끝이 안보입니다. 제대로 망입니다.

우산을 사기 위해 중간에 편의점에 들려보니 우산을 사려는 사람과 화장실을 이용하는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00:20

우산을 사고 다시 끝을 찾아 걸어가 봅니다.

끝이 보입니다. 일단 서 봅니다. 그리고 얼마나 떨어졌는지 구굴맵으로 확인해 봅니다.



450m랍니다. 지나오면서 대충 봐도 기다리는 사람은 이미 100명은 넘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회하기는 떠나간 막차. 돌이킬 수 없습니다.

어째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기줄에 서 봅니다.


01:00

꽤 늦게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에도 사람이 마구마구 옵니다. 

뭔가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알수없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02:00

생각해보니 "큰 매장" = "사람이 많이 온다" = "해외에서도 많이온다" 였습니다.

어쩐지 일본어가 아닌 언어가 많이 들리더라....


03:00

비오고, 춥고, 배고파요...


04:00

비는 그칠 생각을 안합니다. 휴대폰은 배터리가 죽어갈려 합니다. 

일단 보조 배터리를 연결 해 봅니다. 아뿔싸... 충전하는걸 까먹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두칸...

그래도 8시까지는 버티겠지요.


05:00

뭔가 뒤에 선 사람들과 친해저 잡담을 나누며 함께 버팁니다.

일본인과, 중국인과, 러시아인과, 미국에서 왔다는 흑인등등 범 노가리를 깝니다.


06:30

비는 그치고 해가 떠오릅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판매 시작입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반쯤은 성공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말도안되는 생각이었지요....


해 뜨고 당시 상황

뒤에도 왕창...


07:00

앞으로 염탐을 하고 온 친구의 이야기로는 대충 300명이 서있다고 합니다. 네?

나중에 티비로 본 이야기로는 대충 500명 넘게 줄 서 있었다고 하네요.


08:00

드디어 판매 시작! 매장에서는 티비 촬영도 하고 박수도 치고 했나봅니다.

하지만 450m 거리에 코너때문에 보이지도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08:30

드디어 8시간만에 줄이 조금 이동합니다.

얼마나 가나 했더니 50m정도 이동하네요. 그래도 이 페이스면 금세 살 수 있겠지 하고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09:00

.... 1m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뭐야 이거


10:00

20m 움직였습니다. 망했습니다.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해진 사람들끼리 이거 오늘 살 수 있기는 한건지 궁시렁 댑니다.


11:00 

30m 움직였습니다. 기다리던 중국인 한명은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갑니다.

끝이 안보입니다. 중간에 지나가는 애플직원에게 물어봐도 지들도 잘 모릅니다.

개판이군요.


12:00

20m 쯤 움직였을까요.. 이젠 정신도 오락가락합니다.

어제부터 깨어있은지 30시간째입니다. 내가 왜 이딴짓을 시작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중간에 사람들과 같이 맥을 사와서 먹습니다.


13:00

아직 반도 진행이 안되었습니다.

8시 판매 시작 5시간 경과, 반도 안 왔다는건 밤이 되어도 끝이 안난다는거 거겠지요. 걍 망이에요.


13:30

갑자기 줄이 팍팍 줄어듭니다. 신난다!

하지만 반쯤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거 재고 없어서 걍 돌려보내는거 아니야?


14:00

드디어 애플맨을 만납니다. 애플 스토어 밖에서요.

예약을 받는데 다행히도 3시반에서 4시사이에 받으러 오랍니다. 비바!

1시간 반만 기다리면 드디어 받는구나! 같이 고생한 친구들과 환호성을 지릅니다.

예약당시 내용


...바보같이 순진했지요. 이대로 끝날리가.


15:30

잠시 집에 들려 짐을 놔 두고 다시 오모테산도로 왔습니다.

근데 또 줄서라네요. 아 좀..

그래도 좀만 더 기다리면 살 수 있으니 또 줄을 서서 참고 견딥니다.


16:00

줄이 진행을 안해요. 뭥미...

생각해보니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구매할때 면세 처리를 한다는걸 잊어먹고 있었습니다.

망했습니다. 거기다 공홈으로 픽업 주문한 사람들은 먼저 받게 해 주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립니다.

내년에 사게 되면 무슨일이 있더라도 예약 성곡을 해야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당시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


17:00 

드디어 제 차례입니다! 으아아아아 17시간! 길고 길었습니다. 피날레입니다! 장하다 나!

예약내용을 확인하고 박스를 확인합니다.

희희낙낙 케이스와 같이 결제를 합니다.

결제 금액을 보고 현실로 돌아옵니다.

겁나 비싸네... 미친가격..


일본에서 살고있는지라 면세따위는 안되서 자비없는 가격이 찍힙니다.

힘내라 다음달의 나


18:00

귀환. 18시간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두번다시는 안합니다.

그나마 구입에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재고없다고 빈손으로 돌어왔으면 애플 제품을 다 팔 기세였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비닐을 벗기고, 아이폰을 끄내들고, 이얏호, 셋팅을 시작하고, 이얏호

기존 아이폰 내용을 백업하고, 신난다 새 아이폰이다!, 복원을 시작하고, 탈모 웃겨!, 잠을 청합니다.


이렇게 제 아이폰 구매기는 끝을 마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훈

1. 예약을 꼭 성공하자

2. 줄 서는건 미친짓이야! 여기서 나가야겠어!

3. 서는건 맘대로지만 가는건 아니란다